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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공양

보현법회 | 11월 행역선 좌역선(行亦禪 坐亦禪)의 참된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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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20-01-10 06:23 조회1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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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법회 

날짜 : 2019-11-17

법문 : 도법스님(실상사 회주) 

 

 

행역선 좌역선(行亦禪 坐亦禪)의 참된 수행,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멈춰있는 이 모든 삶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하는 것

 

나이가 들고 보니 삶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스스로 어떻게 살아왔나 하고 생각해보니 크게 보면 두 가지네요. 하나는 ‘등에 떠밀려’ 살아온 삶이었고, 다른 하나는 ‘난 이렇게 살 거야’ 하는 삶이었어요. 대부분은 등 떠밀려 살아왔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나이가 드니까 주변에서 뭘 하자며 등 떠밀면 못이긴 척 하고 거기에 얹혀 가면 좋겠는데, 실제 상황은 정반대여서 좀 힘겹습니다. 단단히 마음먹지 않고는 삶을 활발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잘 안 되더라고요.

 

늙음이란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삶을 역동적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기운이 가라앉는 시기인 것 같아요. 따라서 죽음을 자주 떠올리게 되지요. 마음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홀가분하게 매듭짓는 게 좋겠다고 정리되는데 몸은 강력히 저항해요. 불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살고 싶어 하는 미련 같은 것이 끈적끈적하게 꿈틀거려요. 몸과 마음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셈이죠.

 

법회 하러 오면서 보니 국화는 제철 만났다고 빛나고 있고 코스모스는 제철 끝났다며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무슨 말인지 짐작이 되시죠? 국화에게는 빛나는 계절인데 코스모스에게는 땅으로 돌아가는 계절입니다. 내 늙음과 죽음의 과정도 자연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서로에게 의미 있고 유익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일이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오래 전에 약속한 일이 있어 날짜에 맞춰 서울 절에 올라갔는데 왠지 행사일인데도 절 주변이 조용한 거예요. ‘이상하다’ 생각하며 들어갔는데, 행사는 다음 날이라는 거예요. 여러 종교인들이 모이는 행사라 그 절에서는 평소보다 더 신경써서 준비한 행사인데 그렇게 되었어요. 내 허탕이야 그렇다 치지만 그 절 일 년 살림을 훼방놓은 셈이죠. 내가 잘못한 일이라 당연히 하루 더 머물면서 나에게 부여된 역할을 하고 내려와야 마땅한 일인데, 실상사 대중들과의 약속 때문에 내려와야 했어요. 염치없지만 부득이하게 그 절 주지스님께 사정을 이야기하고 당신이 묘수를 찾아 잘 처리해주시라고 했더니 다행스럽게도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하며 흔연하게 양해해주어 내려왔어요. 

하나는 내 인생이 고단하게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의 살림을 파토를 놓은 셈인데 그렇게 된 이유는 내가 문제를 중도적으로 투철하게 다루지 않은 결과인 것입니다. 한순간 습관적으로 안일하게 문제를 다룬 결과가 남의 살림살이도 우습게 만들고, 내 인생도 미안하고 고단하고 바쁘게 된 것이지요. 그 절 스님도 중요하지만 내가 온다고 하니 관심을 갖고 오신 분들도 있었을 텐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한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꼼꼼하게 따져보면 어느 한 순간도 엄정하지 않은 순간이 없지요. ‘매순간순간이 백척간두이니 매순간순간을 엄정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게 불교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되었습니다. 옛 선사들이 ‘행역선좌역선(行亦禪坐亦禪) 어묵동정체안연(語默動靜體安然)’ - ‘걸어다니는 것도 선이요 앉아있는 것도 선이다.’ 즉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멈춰있는 이 모든 삶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하는 것이 참된 수행이라고 하신 뜻을 짐작하는 계기였습니다.

붓다께서 ‘수행자의 삶이란 늘상 중도의 팔정도행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신 말씀을 충실히 삶으로 살아내지 못한 결과인 것이지요. 최근의 저의 근황이 그랬습니다.

 

계획이 어긋나는 순간에도 좋은 일은 있다

 

그런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보니 약속대로 안 된 것이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대단히 죄송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붓다의 가르침에 담긴 본래 뜻을 놓쳤었는데 일상이 백척간두임과 백척간두의 순간순간을 중도의 팔정도행으로 살아내는 것이 참된 불교수행, 삶이 수행이고 수행이 삶이 되는 길임을 깨달은 것은 엄청난 소득이었습니다.

 

(뒤에 계속 이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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